나는 잘못되지 않았다

‘사람이 먼저다’라고 말하던 사람들이 정치이념때문에 등을 돌리고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하던 사람들이 전화도 안받고 메세지에 답도없다. 그래놓고 모여서 내얘기를 한다. 망해라 망해라 저주하고 비웃고 그게 또 나에게 다 들려온다. 지난 수년간의 인연과 도리는 한순간에 버려진다. 마누라가 계란후라이를 해주고 밥을 떠주던 친구가 내욕을 하고 고양이를 맡아주고 집에 데려다주던 친구가 나를 비웃는다. 정치성향을 드러내자 떠나가는 사람들을 보니 많은 생각이 든다. 이래서 내생각엔 아무리 맞는얘기라도 아무리 정당한 얘기라도 하면 안되는거였구나. 맘껏 표현하는 것은 그들만 할수있는거였구나. 이런게 서슬퍼런 문화권력?이구나… 그래도 우리 함께지낸 지난날들을 다 잊지는 말고 나중에라도 좋은기억 떠올려주기를 바라고 다들 건승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덕분에 지금 내곁에는 진짜 내사람들만 남았다. 엄청난 필터링이 오히려 가면과 껍데기를 치워주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떠나간 사람보다 더많은 새로운 사람들이 찾아오고 예전보다 훨씬 편안하게 내 얘기를 할수있는 점이다. 의외로 이쪽은 무주공산이었고 앞으로 내가 할일이 엄청나게 많은점이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결국난 ‘표현의 자유’를 얻은 셈이 되었기에 떠나간 사람들이 아쉽지만도 않다.

놀라운 점은 나와 정치성향이 전혀 다른 몇몇이 끝까지 남아 나와 함께하는 모습. 이건 감동을 넘어 희망이다. 그들이 다 그런게 아니다. 그들중에도 진짜 ‘사람이 먼저’인 이도 엄연히 있다. 그래서 함부로 그들의 얘기를 하기가 주저하게 된다. 하지만 언젠가는 내 경험을 모두 만화로 그리고싶다.

누가 그러더라. 우파는 외롭다고. 왕따한번 안당해본 사람 없다고. 외면을 하면서 살아야 편하다고. 가면을 쓰고 이중잣대를 들고 챙길거나 챙기라고. 근데 난 그렇게 못하겠다. 거창한 걸 말하자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진실과 진짜 내생각을 소소하게 말하고 싶을 뿐이다. 자꾸 보이는데 어떻게 외면해… 인생 한번뿐인데 남의 눈치보고 남의생각만을 말하다 죽긴싫다.

어차피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기에도 부족한 인생이다. 가족 챙기고 좋은얘기하기에도 시간은 모자라다. 내가 하고싶은 말 하고 살기도 인생 금방이다. 어제도 오늘도 난 하루에 10번은 크게 웃는다. 이만하면 내인생은 괜찮다. 나는 잘못되지 않았다.

윤서인님의

보이는기라

어렸을땐 멋있고 달콤하고 정의로운 것에 끌리는게 지극히 정상이다. 나도 대학생때는 김영삼 퇴진 쌀수입반대 집회도 나가고 한총련 티셔츠에 그림도 그렸고 대자보 글씨도 썼었다. 그때 들었던 운동권 노래들은 어찌나 아름다운지 지금도 전부다 따라부를수도 있다. 전화카드 한장이랑 들어라 양키야 들어라 이땅 분노의 함성은 이노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였다. 항상 정의를 부르짖고 사람이 먼저라고 풀뿌리처럼 살자던 형들 얼마나 좋고 따뜻하고 아름다운지 그에 비해 어른들은 돈밖에 모르고 이래라저래라 간섭하고 고리타분하고 재미없고 짜증나고 냄새나는 존재들일뿐. 실제로 우리 젊은이들은 예쁘고 건강하고 깨끗한 긍정적인 모습이라면 어른들은 쪼글쪼글하고 못생기고 냄새나고 더러운 부정적인 모습으로 느껴졌지. 다 죽어라 어른들 ㅅㅂ 우리 앞길 망치지 마라 양키고홈을 외치고 저녁땐 안치환 노래를 부르면서 서로 어깨동무도 하고 한잔술에 동지애도 다지고 아름다웠던 그 시절.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세상을 하나씩 알아가면서 아… 이게 아니었구나… 자연스럽게 그렇게 뻐큐를 날리던 기득권?들의 애환과 현실이 보이기 시작하는기라. 뺀질뺀질 도둑놈같았던 리더가 얼마나 힘든 자리인지. 부와 명예를 얻기까지 사람들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눈물은 청년들만 흘리는게 아니었는지가 보이는기라. 존재하지도 않는 유토피아를 말하면서 사람들을 현혹해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도 속속속 보이고 특히 외국에 다니면서 우리가 누리는게 얼마나 기적인지를 알게 되면서 생각이 서서히 변하게 되는기라. 세상에 공짜는 없고 유토피아는 없구나. 모든게 땀과 눈물로 이뤄지는 것이구나. 그러면서 말로만 살살 그저 남탓만 하던 어린시절이 점점 부끄러워 지고 무엇보다 내가 우리 아버지와 같은 나이가 되며 아 이거구나 부모님이 이렇게 사셨구나를 직접 체험으로 이해하게 되는기라. 책임감이 무엇이고, 진짜 정의가 무엇이었는지 직접 몸으로 겪으면서 알게되더라.

아무것도 모르고 살때가 참 좋았다. 멋있고 아름다운 말만 좇아 생각하고 행동하던 떄가 좋았다. 지금도 사실은 김죄동 오이수처럼 멋있는말만 숑숑 해갖고 기왕이만 예쁘고 깨끗한 20대 젊은이들 아가씨들에게 인기 끌고 좋은소리 듣고 가끔 만나서 같이 어울리기도 하고 그런 마음도 당연히 있다. 하지만 아닌건 아닌거잖아 ㅠㅠ 아닌걸 어떻게 맞다고해. 아마 다들 알걸? 김죄동 오이수씨도 조용한데 가면 다 털어놓을걸? 나이를 먹으면서 보이고 알게되는 거잖아. 그게 맞잖아. 예전에 경부고속도로 반대 시위가서 드러누우셨던 아버지가 왜 지금은 성조기를 들고 시청앞에 나가시는지 나는 이제 안다. 나도 똑같은 길을 가고 있고 그게 나만이 아니라는게 저 표가 말해준다. 내 만화를 보는 대학생들이 저새끼는 왜저러나 비겁한 기득권새끼 만화가 손목을 뿌러뜨리자 이러면서 욕하겠지? 그 욕하는 대학생들의 얼굴엔 예전의 내가 있다.

윤서인님의